영화/리뷰,감상

미인도, 그리고 황진이와 스캔들 - 김홍도, 신윤복 동인 팬픽인가?

할랑할랑 2008. 11. 24. 00:49
반응형

미인도, 그리고 황진이와 스캔들 - 김홍도, 신윤복 동인 팬픽인가?

아고라에 '미인도스캔들은 알고보면 같은 영화'라는 글이 인기를 끌고 있더군요. 저는 송혜교 주연의 영화판 '황진이'도 함께 떠올랐습니다. 개봉 당시 주말에 감상을 했었지만 이제서야 글을 씁니다.

[주의 : 미인도/스캔들/황진이 스포일러 왕창 포함]

개인적인 감상을 좀 심하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미인도는 초반 성인 취향의 에로틱한 장면들과, 뒤로 갈수록 에로 영화나 18금 게임 혹은 팬픽/동인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온통 색정광인 남자들, 자꾸 떠오르는 예전 영화들(스캔들, 황진이 영화판), 감정 이입보다는 지루함과 이해 불가의 심리 상태들... 정도가 보고 나온 직후의 감상이었습니다.

홍보나 기대만큼 꽤 강도높은 장면들이 있긴 합니다^^;

일단 미인도 자체의 평가를 하자면... 극중 신윤복(김민선)이 사랑에 빠진 후에, 김민선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 초반 '남장'을 한 덕분에 오히려 남자들의 밤문화를 접해서 더욱 적극적인 여성이 된다 뭐 이런 정도까지는 이해가 되긴 하던데요.

후반부로 갈수록 주인공들은 무슨 죄다 18금 성인 게임이나, 성인 만화 에로물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틈만 나면 그짓만 하려고 하고...

신윤복, 김홍도를 소재로하여, '신윤복이 여자였다면?' 이라는 상상을 더한 다음에, 이런 저런 섹스신 등 에로틱한 장면이 나오는 걸 보고 있자니, 거의 뭐 팬픽이나 동인지(특히 원작의 주인공 성별을 바꿔서 주로 그런 내용으로 만들어버리는) 생각이 나더군요. 극장을 나서면서, "신윤복 김홍도를 소재로 만든 비싼 팬픽"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 사실 팬픽 이야기를 하자면, SBS에 방영중인 문근영, 박신양 주연의 '바람의 화원'도 마찬가지 아니냐 싶지만... '바람의 화원'이 아기자기한 잔재미가 많고 감정 이입에 충실한 반면(그런 점에서 여러 네티즌 마니아들이 즐겨 보고 있지요), '미인도'는 너무 성인 취향의 내용이 부각되어 좀 더 유치한 느낌이 드는 뭐 그런 정도?

영화 거의 내내 거의 신윤복을 향한 성적 욕망만 있는 것처럼 묘사된 김홍도(김영호)의 깊은 감정에 대한 묘사는 많이 부족했던 것 같고요. 그래서 김홍도가 후반에 보여주는 모습에서 그냥 어린 여제자의 성에 굶주리고 미친 스승 정도로밖에 안보이더군요.

그리고, 어디선가 많이 봤던 구도... 기생 설화 역할의 추자현을 보면 당연히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가 떠오르고요.

특히 추자현이 밥상 뒤엎는 장면 있죠. 추자현도 연기 내공이 상당하지만, 카리스마 넘치던 이미숙의 모습이 떠올라서... 스캔들에서 이미숙이 후반부 상을 뒤엎는 장면은 영화 자체에는 안나오고 그냥 병이 깨지는 소리로면 대체되었던 것 같은데(뒤엎는 장면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기억은 안나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황진이 외전 - 홍길동편'이라고 놀림받기도 했던 송혜교 주연의 '황진이'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로서 황진이는 괜찮았습니다. 다만, 다들 '황진이를 기대하고 갔다가 홍길동을 보고 왔다'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황진이'라는 이름은 빼고, 그저 기생이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여인과 한 사내의 사랑 이야기라는 식으로 나왔더라면 오히려 전체적인 평가도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윤복과 강무(김남길)의 사랑은 영화 황진이에서 황진이(송혜교)과 놈이(유지태)가 겹쳐보이더군요. 특히나 강무가 겪는 고초나 놈이의 최후를 보니...

진이도 극 초반에 멋모르고 남장을 하고 싸돌아다니기도 하고...

시대의 진정한 싸움꾼 놈이

강무. 놈이보단 약해보이지만, 그래도 한가닥 합니다

감상 후 느낌은, 스캔들, 황진이 두 영화는 비교적 호감이었던 편인데 비해 미인도는 비호감에 가깝네요. 19세 이상 관람가로서의 만족도는 미인도가 더 높긴 합니다만... 그런게 다는 아니니까요. 스캔들과 황진이가 비교적 극중 등장 인물의 세세한 감정 표현이나 개연성에 충실했던 반면, 미인도는 초반에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이 잘 되나 싶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그저 울기만 하고, 색에 푹 빠진 이상한 사람들로만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습니다. 후반 주인공들은 다들 슬퍼서 우는데, 저는 진정성이 와닿지 안않다고 할까요?

김민선(신윤복), 김영호(김홍도), 김남길(강무), 추자현(설화)의 연기가 부족했다거나, 화면발이 결코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뭐 광고에서 성적인 장면들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준 만큼 그런 장면도 충분히 나오고요. 근데 뭔가 2%가 부족하다는 느낌...

사실 극 초반부는 홍보대로 18금/19금 노출 장면들이 많이 나와서 지루하진 않았고, 후반부에서 감정 이입보다는 지루하다거나 혹은 어디서 봤던 구도라는 생각에 몰입이 안된 것 같네요.

※ 영화 기본 정보 및 예고편 모음

스캔들 - 조선남여상열지사(Untold Scandal, 2003)
감독 이재용 : 다세포소녀(2006), 순애보(2000), 정사(1998)
원작 :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
출연 :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 조현재, 이소연


황진이(Hwang Jin Yi, 2007)
감독 장윤현 : 접속(1997), 텔 미 썸딩(1999), 썸(2004)
원작 : 홍석중
출연 : 송혜교, 유지태, 류승룡


미인도(美人圖, 2008)
감독 전윤수 : 식객(2007), 파랑주의보(2005), 베사메무쵸(2001)
출연 : 김민선, 김영호, 김남길, 추자현


※ 관련글
- 영화 스캔들의 숨겨진 장면 - 엔딩 크레딧(스텝롤) 이후 이소연이 나오는 장면

반응형